2019년 국가암등록통계를 살펴보면, 대장암은 가장 많이 발생한 암 4위를 차지했다. 대장암 발병률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지만, 최근 2~3년간 20~40대의 대장암 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대장암 증가의 원인으로, 과다한 육류 섭취와 고지방식, 운동 부족 등을 꼽는다.
하이닥 내과 상담의사 박종신 원장(삼성베스트내과)은 “적색육·가공육 위주의 식습관은 노폐물이 대장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대장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며, “올바른 생활 습관과 함께 가장 정확한 검사인 대장내시경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박종신 원장과 함께 대장암의 예방법과 증상, 진단 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q.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대장암이 생길 확률이 더 높다고 하는데요. 이유가 무엇인가요동서양의 오랜 식생활 습관의 차이로 인해 육식 위주의 서양인은 동양인보다 장이 짧고, 채식 위주의 동양인은 30cm 정도 더 긴 대장을 가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점차 동양에서도 육식 위주의 서양식 식습관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육식으로 인해 생기는 노폐물이 대장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대장암 발병 위험이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q. 대장암의 대표적인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초기 대장암 환자들은 다른 고형암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별다른 자각 증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진행암의 경우 70% 이상의 환자들이 증상을 느낍니다. 대장암의 증상은 암이 생긴 위치에 따라 다른데요. 우측 대장암의 경우에는 대장의 단면적이 넓고 소화물이 머무는 시간이 좌측보다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소화장애나 혈변(특히 검은색 변), 복통을 주로 느낍니다. 또한 암이 진행되면 전신 무기력이나 만성 실혈에 의한 빈혈 증상, 잦은맥박, 숨이 차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체중이 감소하거나 우측 복벽에 암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합니다. 좌측 대장암의 경우에는 대장이 비교적 가늘고 소화물이 잘 정체되어 배변과 관련된 증상이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혈변(핏덩어리 또는 선혈이 섞인 변)이나 잔변감, 변 굵기가 감소하거나 점액 변, 복통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나고요. 이 외에도 체중이 감소할 수 있으며, 직장과 마주하고 있는 방광이 눌리면서 배뇨가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q. 혈변, 복통 등은 치질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 사람도 겪는 증상이라 대장암과 헷갈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치질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혈변이 있는데요. 초기에는 배변 후에 휴지로 묻어나는 정도로 진행되다가, 악화하면 피가 뚝뚝 떨어지거나 뿜어져 나오는 등 증상이 심각해지죠. 대장암으로 인한 혈변에 비해 치질로 인해서 발생하는 혈변은 항문에서 발생하는 출혈이기 때문에 선홍색의 피가 나오면서 점성이 약한 것이 특징입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대장암 초기 증상과 비슷해 혼동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대장암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며, 대변을 보면 증상이 호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출혈과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q. 대장암을 진단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검사별 특징과 진단 정확도는 어떤지도 궁금합니다.대장암의 약 25%(직장암의 약 75%)는 직장 수지 검사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합니다. 의사가 윤활제를 바른 장갑을 낀 손을 직장에 삽입해 비정상적인 덩어리가 만져지는지를 보는 검사인데요. 40세 이후부터는 매년 1회 직장 수지 검사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대장 이중조영 검사, 에스 결장경, 대장내시경 등이 있는데요. 이 중에서 대장내시경은 대장 전체의 관찰이 가능하고 검사와 동시에 조직 검사를 할 수 있어 대장암 진단에 가장 효과적이고 정확한 검사로 추천합니다. 대장내시경은 불빛과 유연성이 있는 튜브를 이용해 대장을 직접 볼 수 있어 출혈 부위와 병변의 표면을 관찰할 수 있고, 조직 상태를 파악하기에도 용이합니다. 대장내시경의 가장 큰 장점은 대장 용종의 발견에 매우 민감하며 용종을 발견한 즉시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고요. 반면 단점은 수면으로 진행하지 않으면 불편감이 느껴지고, 암 등으로 인해 대장 내강이 막혀 있으면 검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습니다.
분변잠혈 검사는 위장관 출혈을 알아내거나 대장암의 조기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검사인데요. 비용이 저렴하고 큰 불편 없이 검사가 가능하지만 위음성도·양성도가 높아서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대장 이중조영 검사는 항문을 통해 작은 튜브를 삽입한 뒤, 바륨이라는 조영제와 공기를 대장 안으로 넣어 바륨을 대장점막에 도포하고, 공기로 대장 내강을 확장한 다음 방사선 투시 장치를 이용하여 영상을 얻는 방법입니다. 장점은 대장내시경에 비해 통증이 덜하고, 전체 대장벽의 변화를 알 수 있으며, 대장암의 위치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장 내에 분변이 남아있는 경우 용종과의 구별이 어렵고, 용종이 작은 경우에는 잘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선별 검사 또는 진단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용종을 제거하거나 암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대장내시경을 추가로 해야 합니다.
q. 대장내시경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검사를 받으면서 용종을 떼어낸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용종이 많으면 대장암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나요대장 용종이란 대장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혹이 되어 장의 안쪽으로 돌출된 상태인데요. 대장 용종이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조건에는 용종의 크기, 용종의 개수, 용종의 조직학적 소견 등이 있습니다. 용종이 3개 이상 있는 경우에는 대장내시경 검사 주기를 짧게 받아야 하며, 용종이 10개 이상 발견됐다면 1년 뒤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용종의 개수도 중요하지만 ‘어떤’ 용종인가도 중요한데요. 용종은 크게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종양성 용종(선종성 용종, 유암종, 악성용종 등)과,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비종양성 용종(과형성 용종, 용종양 점막, 과오종, 염증성 용종, 지방종 등)으로 분류합니다. 이중 종양성 용종 중 하나인 선종은 시간이 지나면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선종의 위험도는 크기와 조직검사 소견에 따라 다른데요. 크기가 1cm 이상이거나 조직검사에서 융모 형태의 세포를 많이 포함하는 경우, 세포가 덜 분화된 경우를 진행성 선종이라고 하며,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밖에도 주로 직장에서 발견되는 유암종은 크기가 커지면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어 악성 종양으로 분류됩니다. 1cm 이하인 크기가 작은 유암종은 내시경으로 제거가 가능합니다.
q.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습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습관으로는 ▲식이섬유 섭취 ▲적색육·가공육 섭취 자제 ▲꾸준한 운동 ▲금주 및 금연 등이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꾸준한 건강 검진’입니다. 대장암은 대장 용종부터 시작해 암으로 진행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요. 이때, 대장내시경을 통해 암으로 진행되기 전에 발견하면 제거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50세 이후부터 5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을 통한 건강검진을 권장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대장암 환자 수가 느는 추세이므로,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좀 더 이른 시기부터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박종신 원장(삼성베스트내과 내과 전문의)